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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저작권 걱정 없는 저작물을 아시나요?
등록일
2011-10-28 00:00:00
조회수
1,913

저작권 걱정 없는 저작물을 아시나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한응수

 

요즘 유명 작곡가나 가수의 저작권료에 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아이돌 가수가 수십억 원의 저작권 수입을 올렸다는 기사는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어느 덧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저작권도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만큼 타인의 지적 창작물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점차 성숙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저작물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생겨난다. 별도의 형식적 절차도 필요 없다. 창작자가 누구인지, 저작물의 목적이나 가치와 형태가 무엇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명 작곡가가 만든 가요뿐 아니라 내가 집에서 취미삼아 만든 노래도 저작물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모든 저작물은 사전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용허락은 저작권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신탁기관을 통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지금 디지털환경의 방대한 저작물에 비해 신탁기관이 관리하는 저작물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저작물을 원천소재로 하는 데이터베이스나 콘텐츠 사업자의 30%는 저작권자를 찾지 못하거나 이용허락을 받지 못해 원하는 저작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실로 지난 4년간 저작권 침해로 고소된 사람만 25만 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저작권 문제없이 창작소재의 확보와 활용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보호기간이 끝나 저작권이 소멸된 ‘만료저작물’을 재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6-70년대 의류나 소품이 빈티지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상업적 생명이 끝난 만료저작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훌륭한 창작소재나 상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미 미국은 구글북스를 통해 300여 만 건, 유럽은 유로피아나 프로젝트를 통해 1,500여 만 건의 만료저작물을 발굴해 사회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은 반면, 우리는 활용 가능한 만료저작물이 아직 3만여 건에 그치고 있어 많이 빈약하다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보다 많이 부족하다고 하니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만료저작물을 찾아내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개인이나 단일 기관, 부처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유로피아나의 경우 유럽전역의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 등이 참여하여 만료저작물을 발굴하고, 민과 관이 협력해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범 국가차원의 관심과 참여로 만료저작물 발굴과 활용에 잰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당장 수요가 있지만 누가 저작권자인지 알 수 없거나 찾을 수 없는 ‘고아저작물’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저작권법이 개정돼 2013년부터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고아저작물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개선되는 제도로도 대량의 고아저작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아 사장되는 고아저작물이 없도록 별도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공공저작물에 대한 활용 대책도 필요하다. 공공저작물은 데이터베이스나 콘텐츠 사업자의 51% 이상이 활용을 희망할 만큼 수요가 매우 높다. 그러나 아직 많은 공공기관들은 민간 활용에 소극적이다. 해외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저작권 유무에 상관없이 공공저작물의 공유 정책을 펴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자국의 특성에 맞는 자유이용라이선스를 도입해 공공저작물의 개방과 재사용을 손쉽게 하고 있다. 적용하는 공공이나 활용하는 민간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하니, 우리도 한국형 공공저작물 자유이용라이선스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의 주요 골자는 저작권 문제없이 활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의 발굴과 활용이다. 만료, 고아, 공공저작물의 활용도 집중 다루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날 것이다. 다만 저작물의 활용은 저작권 주무 부처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의 창조경쟁력과도 직결된 일임을 명심하고, 범 국가 차원에 정책으로 확대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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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흙 속 진주' 만료저작물  (2011.10.28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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