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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유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로
등록일
2011-11-21 00:00:00
조회수
1,827

공유의 시대를 넘어 공감의 시대로

 

(이영대 변호사 법무법인 수호,

한국및 뉴욕주 변호사, 법학박사, 전 서울고법 판사)

 

퇴색되어가는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으로 다시 태어나는 고향 시골집 마당. 어머니는 그립고 보고팠던 딸의 전화를 받아 들고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삭힌 된장 익히는 법을 가르친다. 세대를 뛰어넘는 웰빙 식단은 어느새 딸의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 커뮤니티 사이트의 최다 검색어로 등장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두 모녀만의 은밀한 음식 노하우가 고유의 영역에서 모두의 영역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서 가을 된장이라는 데이터(Data)의 베이스(Base)는 바로 어머니다. 이렇듯 데이터베이스는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아간다. 개인적이고 고정적이며 단편적이고 단절되어 더 이상 나누어 쓸 수 없던 데이터들은 새로운 혈관을 타고 사회 곳곳에서 가치를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데이터의 모태인 데이터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란 개념은 데이터의 통합성과 지속성을 담보한다. 저장과 검색을 통해 운영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개별 데이터는 더욱 유용하게 활용되고 유통된다. 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 산업 규모는 올해 10조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연평균 성장률은 9% 가까이 이른다.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무형의 데이터를 가공하여 이를 제공하는 무공해 산업이며 오늘날 정보화 사회의 기초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 티브이 등 스마트시대가 조성됨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모태로서의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데이터베이스의 모습과 역할은 다양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핵심을 구성하고, 기업경영정보 시스템의 주요 요소로 기능한다. 정보산업의 각종 데이터베이스는 그 자체로 기업의 핵심 산업자산인 동시에 영업 노하우가 된다. 의료, 금융, 레저 등 각종 첨단 서비스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은 경쟁력의 기반이다. 미국 법원에서도 프로농구의 데이터베이스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 판례가 있을 정도. 공공기관에서도 각종 행정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에 제공되어 국부 창출에 기여한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를 가공하고 편집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개인정보보호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베이스는 독점에서 공유로 진화하며 삶을 채운다.

 

그럼에도 현재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규율하는 법의 실태는 기상법, 국가공간정보에관한법률 등 개별 법률의 일부 조문에 산발적으로 규정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그 법률에 규정된 내용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머물러 있어 데이터베이스 활용을 포함하여 관련된 산업을 포괄할 수 있는 일반법적 기반이 없다. 나아가 데이터베이스 관리 체계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져 이를 유기적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이나 품질,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법적 근거들을 마련해 두고 있어, 우리나라도 데이터베이스의 활용 기반을 조성하고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은 절실하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진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안’이 발의되어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법제화는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의 효율적 관리 및 산업 진흥을 통해 정보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고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오늘 우리의 자화상을 소통의 시대로 자리매김한다면,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는 도구로서 법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정에서 선 데이터베이스는 이를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인의 갈등과 분쟁을 대변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법제도의 공백과 진공은 합리적인 진화를 정체시킨다. 법제도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의 산물이라는 법언을 되새긴다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광장에서의 공개, 시장에서의 공유를 넘어, 법제도 구축을 통한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공감을 획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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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데이터베이스 활용 법 만들어라  (2011.11.1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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