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원유’ 데이터, 가공할만한 법(法)이 없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서강수(sks2000@kdb.or.kr)
전 세계인의 축제, 2012 런던올림픽의 서막이 올랐다. 세계인들의 이목은 유명 스포츠 스타의 메달 사냥 소식에 집중되고, 자국 선수들의 승리를 염원하는데 쏠리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장 밖에는 ‘문화 한류’가 세계인들의 공통 관심사로 조명되고 있다. 미술전시부터 K-POP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행사가 런던 곳곳에서 펼쳐진다. 신(新)한류 바람이 저 멀리 런던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대 초반, TV 드라마와 영화가 한류를 이끌던 때에는 해외 방송사를 통해 콘텐츠가 방영되는 단순한 유통 구조였지만, 신한류 열풍에는 ‘소셜’이라는 태풍의 눈이 존재했다. K-POP으로 대표되는 신한류는 유튜브ㆍ아이튠즈ㆍ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가 주요 유통 기반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IT 서비스의 일상화가 가능해졌고, 그 덕분에 데이터의 생성과 소비 환경은 기업, 정부 중심이 아닌 소비자의 생활 중심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해외 한류 팬들은 ‘소셜데이터’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정부와 기획사는 이를 수집·분석하여 팬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데이터는 ‘연예기획사와 해외 팬 간의 소통’, ‘한류 부가가치의 창출’, ‘새로운 플랫폼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이어주는 강력한 기반 역할을 하며, 스마트 시대 신한류 문화 형성의 핵심재화로 급부상하였다.
얼마전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데이터를 ‘21세기 원유’라 지칭하였다. 여기서 ‘원유’라는 것은 지하의 기름층에서 채굴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탄화수소혼합물을 말하는데, 이러한 원유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요구에 맞는 석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라는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데이터라는 원천 자원을 실제적인 비즈니스 가치로 끌어내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떠한 방법으로 가공하느냐의 여부가 주요 관건임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전 산업을 막론하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가 더욱 활성화되면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 시장은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산업은 아니지만, 10조 4천억원의 건실한 규모를 자랑하며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우리나라와 미국 두 나라가 이끌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기업은 기술경쟁력을 필두로 전 세계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맞서며 저변을 넓혀 왔고, 해외에도 진출 하는 등 국내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입지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하여왔다. 하지만, 시장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은 아직 미흡하다. 특히 영세 중소기업 위주인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시장의 생태계 왜곡, 데이터베이스 품질 및 보안 관리의 취약, 데이터베이스 전문인력 부족 등은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추진체계도 부실하다. 현재 국내 데이터베이스 관련 법 규정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만 집중되고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현행법 규정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으로, 제 2, 제 3의 신한류 열풍을 바라보는 지금, 필히 개선되어야하는 부분이다.
더 늦기 전에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법률로써 인정하고, 데이터베이스 사업자 지원,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뒷받침하는 독립법이 제정되면 최대 9조 4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조 4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경제효과, 6만 7천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지난 26일,국회 김을동 의원이 발의한 ‘데이터베이스산업 진흥법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데이터베이스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법률안의 조속한 제정을 희망해본다.
21세기의 원유, 신한류 열풍의 핵, 빅데이터의 황금 기회를 맞이하는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정보통신기술 최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임은 틀림없다. 시장과 고객들의 변화를 좀더 효율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유연한 인프라를 갖추는, 최소한의 노력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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